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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im 1-1] 데님에 관하여 (셀비지, 복각 데님)

by KOOs 2025. 2. 10.

이 이야기의 운을 어떻게 떼어야 할지

갈피를 못잡던 중, 좋은 소재거리를 찾았다

오늘 새벽, 3달 가까이 조사와 공부를 마치고

처음으로 중국 브랜드 의류를 직구하였다

(타오바오, 브론슨 리뷰는 후에 찾아오겠다)

필자가 구매한 3개의 의류 모두

공교롭게도 혼용률이 면 100%로 동일하다

같은 면 원사를 사용했음에도

데님자켓, 치노팬츠, 티셔츠는 전혀 다른 원단이다

이는 직조 방식의 차이 때문인데

평직 / 능직 / 수자직

날실과 씨실이 일정하게 한 겹씩 교차되는 '평직'

셔츠 / 티셔츠에서 흔히 보이는 방식

 

'능직'은 Twill 원단이라고도 불리며

염색된 날실이 씨실을 두칸 건너뛰어 교차

인디고로 푸르게 염색된 날실과

흰색의 씨실이 교차된 능직이 바로 '데님'

 

'수자직'은 더 많은 칸을 건너뛰어 교차되는 방식

Satin 원단이라고 불리기도 하여

퍼티그, 치노 팬츠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우능직 / 좌능직

아래에서 위로 능직의 방향에 따라

우능직 / 좌능직으로 구분한다

 

좌능직이 조금 더 유연하고 수축이 적으며

워싱 후 세로로 페이딩이 일어나는 것이 매력

 

그러나 데님의 90프로 이상은 우능직인데

이는 대량 생산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

 

아무튼 이런 능직 원단의 특성으로 인해

데님은 'Fading' 즉, 색빠짐이 일어난다

 

표면에 더 많이 드러난 염색된 날실이

세탁을 통해 색을 잃어가며 흰 씨실이 드러나고

전체적으로 인디고색이 연해지게 되는 것

일반적으로 칭하는 진청, 중청, 연청

모두 진한 인디고색감에서 시작되었으며

워싱 공정을 통해 원하는 색감을 만들어낸 것이다

 

데님의 근본적인 매력을 알고자 한다면

날것에 가까운 Non-wash(Rigid)나

적어도 One-wash 제품을 구매하는것이 옳다

 

워싱은 색을 바래지게만 할 뿐 아니라

수축하며 착용자의 몸에 맞게 길들어진다

착용하며 자주 움직인 부위엔 주름이 잡히고

그 주름을 따라 페이딩이 더 강하게 일어난다

 

'나만의 청바지를 만들어가는 것'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데님의 본질을 쫓기에

복각 데님 브랜드는 두터운 팬층을 지닌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수축 현상은

매력보단 고질병으로 다가왔고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일으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발명가 Sanford Cluett의 이름을 딴

Sanforizing (샌포라이징) 가공이다

 

처음부터 수분을 주어 수축시켜 놓아

후에 세탁 시 수축이 없도록 하는 가공이다

 

데님의 부흥기였던 1900년대 초

당시 전세계 데님의 1/3을 생산할 정도로

큰 규모의 미국 원단회사 Cone Mills는

Sanforized 원단 또한 출시하였는데

모든 데님의 가장 근본이 되었던 리바이스는

샌포라이즈드 원단을 채택하지 않았다

"Shrink to Fit"

몸에 딱 맞춘 데님 문화를 고집하기로 결정한다

 

샌포라이징 가공이 되지 않은 생지는

일부러 업사이징하여 구매한 후

물에 담가놓는 소킹 작업을 통해 사이즈를 맞춘다

고온수를 통해 한번에 사이즈를 줄이기 보다

저온수로 천천히 맞춰나가는 것이 옳은 방법

 

또한 Cone Mills는 리바이스 전용 셀비지를 납품했는데

이때 빨간 스티치가 처음 등장한다

데님에 깊은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빨간 스티치 = 셀비지 원단 공식은 유명하다

 

과거 셀비지를 생산하던 구식 방직기는

뽑아내는 원단의 폭이 상당히 좁아

청바지를 제작할 때 모든 부분을 활용해야 했다

 

따라서 가장자리 부분이 풀리지 않도록

방직기가 스스로 빨간 실로 마감 처리한 것에

selvedge (self + edge)라는 이름이 붙은 것

구직기로 짜여졌기 때문에 일반 원단에 비해

울퉁불퉁하며 헤어리함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원단의 페이딩이 더 잘 일어나며

거칠고 투박한 매력을 지니게 된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셀비지를 고집하는 이유

 

과거 미흡한 기술력이

현재에 와서, 감성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과거의 데님에 집착한 이들이 만든 복각 문화

이 문화의 시초는 다름아닌 일본이다

 

미국과 일본의 세계 2차대전이 끝난 이후

패망한 일본을 돕고자 미국이 나서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때 미국의 많은 데님들이 일본에 유입되었고

일본인들은 이것에 열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전쟁 이후 미국 내에서도

많은 데님 의류들이 소실되었고

공장 사고로 인해 자료들도 유실되었다

 

일본 내에서 구하기 힘든 미제 데님을

직접 복각하고자 많은 브랜드가 등장한다

이후 복각 문화가 세계적으로 번성하면서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원조 리바이스는

Levis Vintage Clothing (LVC) 라인을 출시한다

본인들이 과거 만들었던 제품을 다시 만드는 셈

 

하지만 복각에 진심인 많은 이들에게

일본의 복각 브랜드가 더 과거 리바이스와 흡사하며

그중 웨어하우스가 고증을 가장 잘 살리기로 유명하다

 

현재 일본의 원단 기술은

많은 하이엔드 브랜드에 납품하며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카피 문화가 지금 일본의 기술력을 만든 것이다

 

여담으로 데님으로 유명한 국가 세곳이 있는데

앞서 소개한 미국의 콘밀사

하이엔드 브랜드서 자주 보이는 터키의 이스코 데님

일본의 오카야마현 3대 데님

가이하라, 쿠로키, 쿠라보 데님이 있다

 

다섯군데 모두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남은 짜투리 원단을 사용한 것인지,

다이렉트로 공급받은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오카야마현 코지마 마을엔 데님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목화 면 생산을 하던 지역도 아니었지만

1900년대 후반 콘밀에게 자투리 원단을

수급하면서 시작한 빅존의 성장과 함께

오카야마는 일본을 데님 강국으로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가치'

필자가 생각하는 복각 데님의 매력은

현재 구현하기 어려운 터프한 멋도 있지만

그시절 워크웨어로써 오랜시간 주인과 함께하며

생활, 몸짓 하나하나 녹아든 기록으로써의 의미이다

 

다음 글로는 1900년대 데님 부흥기를 이끌었던

리바이스의 데님 자켓 변천사를 소개하고자 한다